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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강제 정모 기나긴 불평

요즘 만화책 가격 보고 드는 생각 
주말에 홍대 모 총판에서 30% 세일을 한다길래 오늘 퇴근하면서 스물스물 들러 봤는데, 오오, 이것은 호구의 향연이로다!!! 서가를 가득 메운 인간들, 계산대까지 늘어선 기나긴 줄, 너 나 할 것 없이 바구니 가득가득 쟁여 담은 지라 계산에도 시간이 걸리다 보니 줄 서서 계산하기까지 30분 정도 걸렸다. 세상엔 나 말고도 호구가 많은가 보다. 왠지 쫌 감격! 난 별로 사고 싶거나 딱히 사야할 책은 없었지만 어차피 지나는 길이고 해서 모 연예지망생이 주인공인 열혈순정하트러브 만화를 무더기로 집어왔는데, 카드 할인이 안 되는 줄 알고 소지금에 맞추느라 애를 썼는데 정작 계산대에서 '카드 25% 할인' 문구를 보고는 조금 슬퍼졌다. 들고 오는 것도 힘들었는데, 그냥 전권 다 카드로 긁어서 택배로 부쳐버릴 걸 그랬다...--+ 나이를 먹어선지는 몰라도 몇 천원 아끼기보다는 덜 피곤한 쪽이 끌린다. 그래도 전혀 계산해보지 않고 막 집어 들었는데 소지금 4만원에 거의 맞췄다는 건(천원쯤 남았음) 나름 뿌듯했음.

집에 와서 책을 펴 봤는데...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서*문화사 단행본 편집자 얼굴이나 한 번 봤음 좋겠다. 기본적인 맞춤법은 좀 지켜 줘요, 그게 당신 일이잖아!!! "~한대"를 "~한데"로 쓰는 건 하도 여러번이라 지적하기도 귀찮고, 오타가 아닌 게 분명한 중복으로 틀리는 맞춤법이 좀 자주 보인다. 손글씨 틀리는 것도 엄청 많고. 아 짜증나. 아무리 요즘 오역, 오타가 출판업계를 휩쓰는 트렌드라곤 해도, 유독 서*문화사 만화책들이 맞춤법과 싸워야 하는 경우가 많은 건 어떻게 좀 정정이 안 되는 건가 모르겠다.

하여간 결론. 세상은 호구가 많아서 아직 그런대로 살만한 듯.

백성귀족 1 - 아라카와 히로무 짧은 책읽기

백성귀족 1
아라카와 히로무 글.그림, 김동욱 옮김 / 세미콜론
아앗, 본격 소 키우는 만화! 암만 봐도 내용은 판타지인데 이게 현실이라는 점이 조금 무섭다. 서울에서 태어나서 30년 넘게 자라온 인간에겐 농촌은 정말 판타지 그 자체이다. 엄마님 고향이 강원도이기 때문에 간혹 강원도 판타지 이야기를 해 주시곤 하는데, 아라카와 히로무 여사의 홋카이도 판타지는 스케일이 훨씬 커진 느낌이랄까.(가만 생각해 보면 홋카이도라는 지역 자체가 강원도를 팡팡 두들겨서 납작하게 만든 뒤에 넓게 늘려놓은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눈이 1m... 뭐 이런 부분들이 미묘하게 기시감이 느껴진다.) 재밌게 잘 읽긴 했는데 책값이 너무 세게 나왔다는 건 약간 마이너스. 웅포코 쪽 단행본들이 판형이 크고 가격이 센 건 익히 알고있던 사실이라 대인배 정신으로 그냥 넘어가려고 했지만, 막상 이 얇은 책을 마주하고 있자니 약간 울컥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고 보니 이거 웅포코 연재작이었다. '아바렌보 혼야상'도 진짜 재밌게 읽었고 토노씨 에세이도 웃겼었는데, 웅포코 쪽 에세이들이 글이건 만화건 재밌게 잘 뽑혀나오는 것 같다. 그나저나 아바혼은 우리나라에 번역판 안 나오려나? 농촌 판타지보다 서점 판타지가 덜 마니악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근데 읽으면서 계속 신경쓰였던 게 있는데, '야채'가 아니라 '채소'라고 써야 맞다. 언젠가부터 TV를 보다 보면 말하는 사람은 "야채"라고 하는데 자막은 "채소"로 들어가는 게 신경쓰였었는데, 아마도 일본식 표현이라 순화 대상에 들어간 게 아닐까 싶다. 나도 일본어를 배운 인간이라 '야채'라는 단어가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곤 하지만 가급적 '채소'라고 바꿔 쓰려고 노력 중인데, 이 책은 한 권 내내 "야채"로 일관되어 있어서 조금 불편했다. 분명 편집부에서 교정을 봤을텐데 이런 기본적인 순화 표현도 걸러내질 못하는 건가...(손글씨도 맞춤법이 틀린 듯한 부분이 보였는데, 요즘 손글씨 틀리는 건 출판사 트렌드인지라 그냥 그러려니 했음)
이 부분은 답글 달아주신 분도 계시고 뭔가 미묘해서 수정. 끄응. 방송국이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인가!!!!

고스트 헌트 2 인형의 우리 - 오노 후유미 짧은 책읽기

매우 아껴 읽었지만 결국 3권이 출간되기 훨씬 이전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하는 수 없이 지금은 미야베 미유키와 하타케나카 메구미로 이어지는 나홀로 에도 마츠리 중) 1권에 비해 훨씬 흥미진진하게 읽었기 때문에 앞으로 발간될 책들이 한층 더 기대된다. 사실 악령시리즈부터 부제가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에(이번 권만 해도 '악령이 정말로 가득(틴즈하트판)'- '인형의 집(코믹스,애니판)'-'인형의 우리(복간판)' 순이다) 부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끝부분에서 '우리'라는 단어를 보고 부제에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긴 했구나 싶어서 약간 흠칫했다.

내용은 이상현상이 일어난다는 저택으로 조사를 하러간 SPR이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이상현상을 해결한다는 바로 그 내용인데, 이전보다 등장인물 수가 늘어나고 설정에 깊이감이 더해졌다. 이전판의 게스트 캐릭터가 의뢰인인 노리코, 조카 아야미, 새언니 카나의 3인으로 끝이었던 데 반해, 복간판에서는 비서인 오노우에와 가정부 시바타, 정원사 소네 씨까지 더해지면서 한층 인간 관계를 복잡하게 끌고 나간다.(뭐 그러다 보니 구간과 비교해서 마이나 SPR, 협력자들의 수난이 좀 더 심해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코믹스에서는 SPR과 협력자들이 2권부터 뜬금없이 한 팀인 것 마냥 행동했던 것이 조금 의문점으로 남았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설명도 착실히 들어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야기의 초중반까지는 -엄청난 규모의 폴터가이스트가 일어나긴 하지만(폴터가이스트의 규모도 구간과 비교해 레벨업했음)- 그다지 영적 현상처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사회문제로 다뤄야 할 것 같은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하는데, 이 시리즈가 '고스트 헌트'라는 태생을 포기하고 그 쪽으로 끌고 갔다면 그건 그것대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을 듯 하다. 학대받은 아동의 복수극이었다든지 등장인물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면서 극도의 노이로제로 인한 환상에 시달리다가 살인을 자행한다든지 하는 아수라장 시리즈 같은 것도 재밌을 텐데, 뭐 이미 설정된 스토리라인이 버젓이 존재하니 그건 어렵겠지...;

비록 코믹스판이긴 했지만 시리즈를 한 번 끝까지 읽은 후라서인지, 이제는 주상이 설치해 둔 복선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재미있다. 아야코라든가 존이라든가. 존의 경우는 그 정체에 대해서 확실하게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 것 같은데 복간판에서는 그 부분도 다뤄졌음 좋겠다. 여전히 마이가 전에 비해서 똑똑해 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가필하면서 주상의 의도가 섞인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음. 이제 3권 발매일은 3월 18일... 그 전까지 얼른 에도 마츠리나 끝내야 겠다.

샤바케 4 - 하타케나카 메구미 짧은 책읽기

샤바케 4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김규은 옮김 / 손안의책(사철나무)
좋아하는 시리즈의 신간이 오랜만에 나와서 얼씨구나 하며 읽었는데(실은 아직 절반쯤만 읽었다) 이번 책은 좀 실망스럽다. 내용이 전 시리즈들과 비교해서 좀 심심한 느낌인 건 둘째치고, 어째 책에서 '손안의 책' 특유의 꼼꼼함이 보이지 않는다고나 할까? 김소연 씨 번역을 좋아하고 손안의 책에서 나오는 책들도 좋아해서 집에 꽤 여러권이 쌓여 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번 권부터 번역자가 변경되었다. 고유명사 표기에 살짝 차이가 있는 걸 제외하면 김규은 씨 번역도 나쁘지 않은데, 교정을 제대로 안 본 건지 아직 절반밖에 안 읽었는데도 어째선지 계속 오자가 눈에 들어온다. 심지어 한 문장에 두 군데나 틀린 부분이 있기도 하고. 아무리 요즘 출판계에 오역/오타가 대세라지만 믿었던 손안의 책 너마저!!!라는 느낌이 들어서 약간 슬퍼졌다.

그리고 문제는 오역으로 추정되는 부분인데... 두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오히나 아가씨의 나이가 어쩐지 잘못 번역된 듯한 느낌이다. 작중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스무살 때부터" 화장을 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좀 이상하지 않나? 아주 어렸을 때인데 그게 스무살 때라니... 도대체 오히나는 몇 살인 거지? 3권까지 읽으면서 10대 후반 내지는 많아야 20대 초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20대 초반이면 당시의 미혼 아가씨 치고는 나이가 많은 듯 하지만, 가게를 이을 외동딸이고 화장 문제도 있으니 결혼이 좀 늦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릴 적인 스무살 때 화장을 시작했다면 어쩐지 추정 연령이 엄청 높아진다. 처음에는 그냥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오히나가 나이가 많았나 보다 하고 넘어갔다. 어차피 원서가 없으니 확인도 불가능했고. 하지만 읽다 보니 분명 오히나가 화장을 지우고 나가사키야에 왔던 에피소드를 읽은 기억이 나서 이전권을 다 끄집어 내서 다시 읽었는데 1~3권 내용에는 그게 없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십이국기 단편 때문에 사 두었던 잡지 yomyom에서 샤바케 시리즈의 단편을 읽은 기억이 난다. 책장에서 yomyom를 꺼내어 확인해 보니 '히나의 치요가미'라는 제목이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오히나네 분가게 잇시키야가 화재에 휘말려 가게가 경영난에 처하게 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오히나는 치요가미-그림이 그려진 예쁜 종이-로 봉투를 만들어 화장품을 넣어서 판매한다는 아이디어를 낸다. 종이봉투를 조달하기 위해 오히나는 나가사키야에 와서 종이가게를 소개받는데, 종이가게 차남이 오히나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일이 꼬이게 되지만 결국 샤바케 시리즈가 언제나 그렇듯이 매사가 잘 해결되고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이야기의 도입부에 오히나가 화장을 거의 하지 않은 채로 나가사키야를 방문하는데 사람들이 그녀가 누구인지 못 알아보는 대목이 나온다(화장이 엷어진 이유는 가게가 위급한 지경인데 처덕처덕 화장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함). 화장을 엷게 한 오히나는 꽤 귀여운 아가씨고 그러다 보니 이전에는 미처 그녀의 매력을 알아보지 못했던 종이가게 차남이 급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근데 이 부분에서 나가사키야 사람들이 오히나의 나이를 15,6세 정도로 추정하는 걸 보면 실제로도 나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듯 하다. 이 단편의 시간대가 단행본으로 어느 즈음에 해당하는지는 본편에서 화재 관련 언급이 나오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오히나가 여전히 미혼인 걸 보면 본편의 시간축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은 듯 싶다. 오히나가 실은 미친 동안이라서 30대인데도 10대로 보인다...는 설정이라면 몰라도, 일반적으로는 십대로 보이는 아가씨가 '아주 어린 스무살 때' 화장을 시작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시 이야기를 되돌려 보면 암만 봐도 문제의 '스무살'은 오역이 아닐까 싶다는 이야기다.

쓸데없이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혹시라도 손안의 책 관계자분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대신 확인을 좀 해 주었음 좋겠다. 혹시 오역이라면 다음 판부터는 정정을 좀, 그리고 하는 김에 교정을 다시 봐서 오타도 함께 수정했으면 좋겠다. 모출판사의 '백기도연대'마냥 폭풍처럼 오타가 휘몰아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내게는 꼼꼼한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는 손안의 책이니만큼 좀 더 세밀한 교정 작업을 부탁드린다.

셜록 홈즈 (BBC 셜록) 짧은 감상들

- 주말에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언니가 틀어놓은 OCN에서 이걸 전편(이래봐야 꼴랑 3편) 방영해 주고 있었다. 원제는 그냥 '셜록'인 것 같은데 OCN에서는 '셜록 홈즈'라고 되어 있다. 문제는 발견한 시점이 2화 시작점이었던 관계로 1편을 보지 못했다는 건데, 어차피 책 읽으면서 보는 거라 개의치 않고 그냥 봤다. 요즘 집중력이 거지같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한 편 분량(30분?)도 집중해서 보지 못하는 나...; 그래서인지 다른 분들의 리뷰와는 달리 그다지 집중을 하지 못하고 봤다. 변명을 하자면, 최근 들어 나는 '시각적인 정보를 받아들여 처리하는 속도가 남들보다 좀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품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순간순간 컷을 잘라서 보여주는 화면 처리 방법과 순간적인 관찰력과 지식을 바탕으로 사실을 유추해 나가는 셜록 스타일의 추리 기법에 적응을 못 했던 것 같기도 하다. 특히나 화면에 불필요한 것들이 떠다니는 걸 싫어하는 편이라서 (자막)정위치가 아닌 곳에 뭐가 떠다녀도 그냥 무시하곤 하는데, 그래선지 2화가 다 끝나갈 동안 암호를 계속 CG로 띄워주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 하지만 드라마의 분위기 자체는 매우 맘에 든다. 현대물로 각색되었지만 어딘지 19세기 영국을 떠올리게 하는 듯한 화면 연출이 인상적이다. 일부러 톤을 낮추고 회색과 브라운 계열의 색상을 많이 사용한 데다, 소품이나 배경 자체가 복고적인 느낌으로 연출되었다. 셜록의 집은 아무래도 주무대이다 보니 그렇다 치는데, 마이크로프트 씨의 사무실 장면에서 제작진의 의도가 느껴져서 특히 맘에 들었다. 셜록이 휴대폰을 들고 다니고 그걸로 인터넷을 검색하기도 하지만, 어쩐지 19세기의 셜록에게 휴대폰을 들려 줘도 특별히 이상할 것 같지 않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작중의 분위기가 잘 조성되어 있다.(셜록을 21세기로 데려왔다기보다는 19세기에 21세기의 소품을 집어넣어 본 듯한 느낌이랄까...) 배우들도 상당히 그럴싸하다. 그간의 신경질적인 괴짜의 이미지를 넘어서 '기인'이라는 인상마저 들 정도로 셜록이라는 인물을 잘 표현한 것도 그렇고, 원작에서나 어떤 매체에서나 있는 듯 없는 듯 미친존재감을 자랑하는 왓슨도 상당히 적절했다.

- 어릴 적엔 무서운 걸 싫어했기 때문에 추리 장르를 별로 보지 않았다(지금은 머리 굴리는 게 싫어서 추리 장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책 읽는 것은 좋아했기 때문에 셜록 홈즈 시리즈도 몇 권 읽었던 걸로 기억된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아 그러고 보니 가정부가 있었던 듯 한데...(곧바로 허드슨 부인 등장), 뭔가 맨날 놀림당하는 무능한 경찰도 있었던 듯...(레스트레이드 경감 등장), 근데 홈즈한테 형이 있었나?(마이크로프트라는 이름을 듣고 서야 형이 있었단 걸 떠올림)... 이런 식의 의식의 흐름이 계속된 후에야 이건 책을 읽은 것도 안 읽은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리아티 교수 이름이 나온 담에야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이름의 라이벌이 있었지?라고 떠올리는 형편이다...; 그러니까 드라마 속에서 뭘 어떻게 패러디하고 리테이크했는지를 유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책이라도 다시 읽은 뒤에 재도전하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으려나?

- 나이를 먹어갈 수록 사람의 시각은 달라진다. 즉 어릴 적엔 천하의 못된 놈이라 생각했던 둘리의 고길동이나 톰과 제리의 톰 같은 캐릭터들이 나이를 먹고 나서 보면 하염없이 불쌍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시리즈에서 왓슨도 마찬가지인데, 도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런 인간과 만나서 꼬붕이 되고 말았는지 안쓰러웠다. 홈즈 같은 타입은 삶의 반경 이내에 있으면 진짜 피곤한 타입인데, 군소리없이 잘도 따라다니고 엄청난 타박을 해도 잘도 받아준다. 왓슨도 나름 엘리트에 정의감 넘치는 신사인데 어쩌다 그런 놈을 만나 있는 듯 없는 듯 공기 같은 신세로 전락했을꼬? 동생과 얘기해 본 결과 "몸 속을 흐르는 호구 본능"이 그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왓슨이 실존인물이었다면 분명 훗날 신경성 십지지장궤양으로 사망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여기서부터는 약간 네타) 그러고 보니 2화에서 병원 아가씨가 소개한 남자친구(셜록에게 게이로 판정받았던 그 분...;)를 보면서 영드는 참 뜬금없는 타이밍에 게이 드립을 던지는구나 싶다가, 문득 모리아티가 셜록에게 집착하는 이유가 '애증'(물론 '愛' 쪽이 강하다는 전제에서)이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완벽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모리아티 앞에 셜록이라는 존재가 나타나면서, 극도의 열등의식을 느끼는 한편 한없는 동경을 품게 되고 그게 애증으로 변해서 집착한다는 형식이면 어떠려나? 그리고 갈등하는 거지.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자에 대해 번민하다가 결국은 그를 죽임으로써 소유하려고 한다든가...? 까지 생각하고 이건 무슨 뇌내 막장 호모시츄에이션인가 싶어서 피식 웃고 말았는데, 의외로 제작진 역시 나와 약간은 통하는 데가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동생놈에게 리모컨을 탈취당하는 바람에 3화 뒷부분을 못 봤는데(할머니 자살씬까지 봤음), 찾아 보니 하필 그 부분에서 모리아티 교수가 등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설마설마 했는데 짐더게이였다지...;;; (난 사실 시즌 1에서는 모리아티 교수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최종보스(좀 다른가?)를 그렇게 빨리 등장시킨 걸 보니 제작 당시에는 2시즌까지 만들 예정은 없었나 보다.) 어쨌든 시즌2에서 어떻게 이끌고 갈지는 모르겠으나 막장 환영!!! 셜록-왓슨-모리아티로 이어지는 애증극 적극 지지!!! 움핫핫.
(내가 이 날 하필 무슨 저주를 받았는지 왓슨x셜록 커플링의 BL 드라마 CD를 듣지만 않았어도 이 망상은 뇌 속에만 고이 보관해 두려고 했는데...; 거기, 섬나라 언니들. 오피셜로 이런 커플링 좀 하지 말아줘요! 별 생각없이 재생시켰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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